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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로 인해서 너와 헤어지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휴대폰 앨범의 너와 관련된 사진을 -그와 관련된, 모든 SNS상의 태그 및 게시물 또한 삭제하는것을 포함하여- 모두 정리하는 거였다. 마치 몇 년간 찍은 동영상을 역재생 하듯이 사진을 지우기 시작했다. 사진을 지우는 행위를 반복하는 동안 너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다. 너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은 후, 왜 진작 헤어지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만이 내게 남아있었으니까.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내 마음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.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, 너와 관련된 사진속의 내 모습이 아름다웠기 때문에. 사진을 지워갈수록 나는 마치 꽃이 시들어가는 과정을 역재생 하는 다큐멘터리를 관람하고 있는 것 같았다. 이 때의 나는 이렇게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구.. 2022. 12. 8.
시작 너와 나의 만남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고 있는 날 눈이 올 것 같지는 않지만 바람이 꽤 차서 손이 꽁꽁 얼 것 같은 그런 날이었어. 네가 나에게 말했었지 - 흑백영화같던 세상에 나만이 색채가 짙었다고. 이제서야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네가 살고 있던 그 흑백영화같은 세상은, 정말 네가 말 했던대로 아무 재미가 없는 지루한 그런 삶이었을까. 네가 나에게 수 없이 내게 말해준 것 처럼 내가 진정 너의 삶의 유일한 이유였다면 어째서 나를 떠나 흑백영화같은 세상으로 돌아간걸까. 그 흑백영화는 사실 소리조차 존재하지 않는 무성영화이기 때문일까? 그 속에서 귀를 닫고 혼자만의 세상에서 평화를 찾기 위함인가? 나는 내 색이 가장 짙었던 한 때, 흑백영화같던 너를 만났고 네가 나를 떠난 후 나만의 색채를 잃고 방황하.. 2022. 10. 27.